무서운 귀신이야기3
                                                                                                 

2006년 9월 21일

[제3화] 우리 속에 누군가가

 

1985년 가을, 단풍이 붉게 온 산을 태우던 어느날,

우리 동아리 간부 십여명은 포항 보경사로 놀러갔습니다.

너무 늦게 도착해서 산을 오르지 못하고

하는 수 없이 민박을 하였습니다.

 

저녁을 맛있게 먹고

나와 친구 주희는 마당에 나와 달을 보고 있었습니다.

반달이 구름 속을 숨었다 나왔다 숨바꼭질하며,

처량한 귀뚜라미 소리에

쓸쓸한 가을밤이 시나브로 깊어갔습니다.

 

갑자기 주희가 나를 꽉 잡으며 놀라며 말했습니다.

'명자야, 저 앞을 봐 누가 오고 있지'

'아이 깜짝이야, 애는, 누가 온다고 그러니'

'잘 봐 저 숲속길에 누가 우리를 보잖아. 가만히 서 있잖아'

 

주희가 말하는 숲속을 자세히 보니 뭔가 서있는 것 같기도 하여

난 자세히 보려고 일어났습니다.

주희는 깜짝 놀라며,

'어디가, 너 무섭게 왜그러니, 빨리 방으로 들어가자'

'너 맘대로 해. 난 가까이 가서 뭔지 확인해 볼거야'

 

할 수 없이 주희는 나의 손을 고 붙잡고

나와 같이 숲 가까이로 갔습니다.

자세히 보니 사람이 분명했습니다.

뒷 모습만 보이는데 남자였습니다.

뭔가 고민에 잠겨 생각을 골똘히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갑자기 그 남자가 우릴 향해 고개를 돌렸습니다.

 

순간 주희와 나는 약간 움찔했으나

그 남자는 다름 아닌 철민이었습니다.

주희와 나는 서로 마주 보며 피식 웃고 말았습니다.

우리가 괜시리 무서워 긴장했던 것이죠.

 

'철민아 너 거기서 뭐하니 깜짝 놀랬잖아'

철민이는 씩 웃는 것 같더니

숲 길 어둠 속으로 날아가듯

부드럽게 사라져 버렸습니다.

'쟤 왜저러니, 괜히 분위기 잡고 있네.'

 

나와 주희는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남학생방과 여학생방 2개를 얻었는데

우리 여학생 방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모두 남학생 방에서 술 한잔하면서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철민이와 민우가 들어왔습니다.

 

주희가 성민이에게 말했습니다.

'야, 철민아, 너 거기서 뭐했니,

너 때문에 명자하고 나하고 엄청 쫄았잖아.'

'뭐하긴, 민우와 슈퍼갔다 왔어'

'뭐, 슈퍼...'

 

분명히 철민이는 민우와 같이

슈퍼에 맥주와 음료수와 안주와 사러 갔다온 것입니다.

가위 바위 보에서 져서 둘이 심부름 갔다온 것입니다.

우리가 숲에서 분명히 철민이를 보았다고 빡빡우기자

모두들 심각해졌습니다.

 

'야, 니네 장난아니지, 진짜 철민이 본 것이 맞어, 혹시 잘 못 본거 아니니?'

동아리 회장인 윤도선배가 다시 한번 물었습니다.

'진짜예요. 주희와 둘이 분명히 같이 보았어요. 우리가 뭐하러 거짓말해요.'

 

그 때 돈을 담당하던 미숙선배가 한 마디를 거들었습니다.

'어쩐지, 방값이 너무 싸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한마디에 방안에 있던 우리는 순간 설렁해졌습니다.

여자 아이들은 무섭다고 서로 팔짱을 꼭 꼈습니다.

 

집이 반야월이고 하는 일이 너무나 좌충우돌, 괴짜라서

'반야월 천방지축'이란 별명을 가진 영호가 한마디 했습니다.

'회장님, 명자가 다른 사람을 본 것일 수도 있잖아요.

나하고 철민이하고 민우 셋이서 숲속에 가보고 올께요.'

 

셋은 나가고 우리는 방안에 남아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묘한 분위기에 휩싸였습니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잠시후 세사람이 왔습니다.

 

'야, 숲속 길을 따라 조금 가니 연못만 있어. 길은 끊어졌고'

'그래, 너희들이 잘 못 본거야, 연못주위에 아무도 없었어.'

세 사람은 의기양양하게 말했습니다.

 

동아리 회장인 윤도 선배가 한마디 했습니다.

'그래, 괜히 공포분위기 조성하지 말고

우리 술이나 한 잔하고

동아리 내년 계획에 대해서 논의해보자'

모두들 의식적으로

더 이상 그 얘기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밤이 많이 깊었습니다.

새벽 1시경 방문이 열리더니

민박집 아주머니가 옥수수를 가지고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우리 주려고 옥수수를 쪘다는 것입니다.

 

'아줌마, 고맙습니다. 그런데, 집이 참 넓네요.

저 뒤 숲으로 가니까 연못도 있던데요.'

반야월 천방지축이 주인집 아주머니에게 인사를 하였습니다.

그러자, 아줌마가 던진 한마디에 분위기는 완전히 맛이 갔습니다.

 

' 고맙긴, 학생들, 맛있게 먹어요. 그런데, 우리집에 연못이 없는데......'

 

옥수수 그릇을 거의 떨어뜨릴뻔한 천방지축이 다시 물었습니다.

'아줌마, 요 뒷 문쪽에 숲길로 조금 걸어가니까 연못이 있던데요.'

'연못은 무슨 연못, 거긴 공동묘지야. 그래서 우리 집이 방값이 싼거야.'

아줌마는 문을 꽝 닫고 나갔습니다.

우리는 옥수수를 먹을 생각도 못하고 멍해졌습니다.

정말 무서웠습니다.

연못이 있는지 확인하러 갈 엄두도 못내었습니다.

서로 손을 꼭잡고 밤새도록 노래만 불렀습니다.

 

새벽녘에 또 무서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윤도 선배가 방 문을 열고 슬쩍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내 옆에 앉아있던 주희가 나에게 말했습니다.

'야, 윤도 선배는 정말 겁도 없네 혼자 화장실 가나봐'

우리는 계속 노래를 불렀어요.

 

그 때 갑자기 주희가 비명을 질렀습니다.

'으---악 '

주희는 손가락으로 윤도선배를 가르켰습니다.

'으---악'

나도 같이 소리를 질렀습니다.

방금 나간 윤도 선배가 어느새 자기 자리에 앉아 노래를 하고 있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우리의 비명 소리 때문에 덩달아 놀랐습니다.

나와 주희는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듣고 더 놀랐습니다.

'야, 윤도 선배는 아까부터 우리랑 같이 노래불렀잖아. 방을 나간적이 없어.'

 

윤도 선배가 방을 나가는 것을 나와 주희만 보았던 것이었어요.

방안에 노래 부르고 있는 사람은 분명히 윤도 선배였죠.

나간지 1분도 안되어 자기 자리에 앉아 있을 수는 없는 것...

윤도 선배는 다른 사람들 말대로

안 나간 것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그러면 주희와 내가 본 방을 나가던 윤도 선배는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

 

우리의 단합대회는 완전히 악몽 그자체였습니다.

특히, 나와 주희는.....

 

다음날 아침 우리는 숲속길을 따라 가 보았어요.

놀랍게도 거기에는 무덤이 아니라 연못이었습니다.

주인집 아줌마가 우리에게 뻥을 친 것이었어요.

우리는 주인집 아줌마에게 가서 따졌습니다.

 

'아줌마, 숲 속에 연못이 있잖아요. 왜 무덤이 있다고 겁줬어요.'

아줌마는 웃으며 말했어요.

'학생들 한테는 미안한데,

사실 몇 년전에 놀러온 학생 두명이

밤늦게 술마시고 연못에 가서 수영하다가 빠져죽었어.

혹시, 학생들이 또 연못에 수영하러 갈까봐

못가게 하려고 일부러 무덤이 있다고 겁주었던거야.

그건, 미안해,

그리고 옥수수값은 안줘도 되는데

새벽부터 돈을 주고가, 어쨋든 고마워..'

 

'아줌마, 누가 옥수수값을 주었다는 거예요.'

돈을 맡아있던 미숙선배가 아줌마에게 물었습니다.

'아, 이 학생하고 학생하고 둘이 새벽에 부엌에 왔잖아'

아줌마는 윤도선배와  철민이를 가르켰습니다.

 

윤도선배와 철민이는 너무나 놀랐습니다.

노래만 죽으라고 부르고

절대로 밖으로 나가지 않았는데...

자신들이 옥수수값을 아줌마에게 주었다니 ...

 

나와 주희는 갑자기 똑같은 생각을 하고 소름이 쫙 끼쳤습니다.

 

주희와 내가 본 슬픈 표정의 철민이,

방안을 슬쩍 빠져 나갔던 윤도 선배,

다른 사람들은 못 보았다지만

우리 둘이는

분명히

또 다른 윤도 선배와 철민이를 보았던 것입니다.

 

연못에 빠져 죽은 몇 년전의 그 남학생들이

윤도선배와 철민이의 모습으로

밤새도록 우리와 같이 놀고

우리 주위를 서성거리다가

새벽녘에 고맙다는 표시로

옥수수값을 주고 가버린 것이 아닐까요.

 

벌써 20 여년이 지났지만

주희와 나는 만날 때마다

그때 우리가 보았던

그 허깨비들을 이야기하곤 합니다.

 

오늘 주희와 나는 포항가는 기차표를 끊었습니다.

나와 주희 모두 우연히도  며칠 전 꿈에

연못에서 수영하고 있는 철민와 윤도 오빠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씩 웃으면서 같이 수영하자고 손짓을 하던 그모습...ㅋㅋㅋ

 

세월이 흘러 그런지 무섭지 않습니다.

주희도 무섭지 않다면서

같이 그 연못에 가보자고 해서

 

우리는 지금 기차표를 끊은 것입니다.

지금 여기는 서울역 근처 피시방입니다.

마지막으로 글을 남기는 것입니다.

아 잠깐..마지막이 아니고요..ㅋㅋㅋ

갑자기 무의식적으로 마지막이라고 타이프했네요..

 

마지막은 취소...마지막 취소...마지막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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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 년 0 월 0 일 경북일보 기사입니다. ]

 

.....경찰은 연못에 빠져 죽은 두 여자는 대학 동창 사이였으며

.....자살한 만한 특별한 이유가 없었므로 실족사가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유서도 없었기에 자살은 아닌 것으로 생각되는데

......잘 다니던 회사에 갑자기 휴가를 내고 무엇때문에 이 멀리까지 왔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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