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귀신이야기19
                                                                                                 

2007년 4월 10일

제 19 화 : 노란 장화

 

여러분은 비가 오는 날이면

우산을 쓰고 장화를 신고 다닌 적이 있을 겁니다.

나는 비오는 날 장화를 신은 사람을 만날까봐 두려워

밖에도 잘 나가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특히,  노란장화만 보면 가슴이 뛰고 무서워집니다. 참 웃기죠.

제가 초등학교 때 경험한 이 무서운 이야기를 들으면

여러분도 이해하시리리 믿습니다.

 

그 사건이 있은지 벌써 30년이 다 되어 가는 군요.

1980년 여름,

나는 경남 진해 D 초등학교 6학년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정종호, 박상준 그리고 나.. 이렇게 우리는 3총사였습니다.

학교만 끝나면 우리는 가방을 집에다 던져 두고

양어장 밑에 있는 개울에 가서

수영도 하고 가재도 잡으며 놀았습니다.

 

그날은 비가 굉장히 많이 왔어요.

양어장 밑의 개울에 물이 엄청불어 수영하기는 다 틀렸죠.

난 집에서 만화책을 보고 있는데 종호가 왔어요.

노란 비옷을 입고 노란 장화를 신고 왔어요.

 

물구경가자며 억지로 끌고 가다시피 개울로 나를  데리고 갔어요.

난 그 날 괜히 가기가 싫더라고요.

그래도 종호가 하도 조르는 통에 같이 간 것이었어요.

개울에 가니 동네 아이들이 많이 물구경 나와 있었죠.

엄청나게 많은 누런 흙탕물이 개울에 도도히 가득 흐르고 있었어요.

위험하다며 아저씨들이 우리를 개울에서 멀리 떨어지라고 했어요.

 

물구경을 한참하니 어지러웠어요.

난 집에 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종호가 싫다고 소리를 질렀어요.

같은 동네 사는 중학교 1 학년인 박호웅이란 아이가

종호에게 장화를 벗으라고 윽박지르는 것입니다.

박호웅은 우리를 괴롭히는 아주 성질이 더러운 얘였는데

종호의 노란 장화가 탐나서 뺏으려는 것 같았어요.

 

종호는 비계살로 덮혀 덩치가 엄청컸어요.

하지만 너무나 착해 자기보다 작은 아이들에게도 간혹 맞기도 했어요.

이런 종호가 노랑 장화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장화를 꽉 붙잡았어요.

호웅이가 억지로 장화를 반쯤 벗겨 잡아당겼어요.

힘으로는 종호를 당해낼 수가 없었던 호웅이가 잡아당기던 장화를 확 놓아 버렸어요.

 

그 순간 종호가 균형을 잃고 뒤로 주춤 주춤 물러나더니

몸의 균형을 잃고 그만 개울로 빠져 버리고 말았어요.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서 모두들 멍했어요.

 

순식간에 종호는 넘실대는 개울물 속으로 사라졌어요.

호웅이는 도망가고....

 

아주 허망하게 친한 친구가 죽었어요.

후에 종호의 시체는 바닷가 해변에서 발견되었어요.

개울에 쓸려 바다까지 떠내려 간 것이지요.

난 종호의 시체를 보지는 못했지만 눈을 부릅뜨고 장화 한쪽을 꼭껴안고 있었대요.

그리고 나머지 한 쪽의 장화는 없고요....

 

그 후 우린 다 잊어 버리고 개울에서 재미있게 놀았어요. ]

그런데,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어요.

수영하는데 뒤에서 빠른 속도로 누가 따라 오는 것 같아 돌아보니

종호가 장화를 들고 물 속에서 걸어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는 소문이 돌았어요.

 

가재를 잡으려고 바위를 들치니 노란 장화가 돌사이에 끼어있다느니,

비오는 날이면 종호가 개울물속에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장화를 찾으러 가자느니,

깊은 밤에 종호가 개울가에 앉아 운다느니 하는

별의 별 소문이 다 돌았어요.

 

특히, 수영하다가 물속에 노란 장화를 보고

혼비백산하여 물 밖으로 도망나온 아이들이 꽤 많이 있었어요.

그래서 모두들 노란 장화 한쪽이 물 속에 있다고 믿어

그 쪽 개울에는 아예 가지도 않았어요.

난 아이들이 지어낸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무서웠어요.

 

그런데, 소문이 사실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된 사건이 생겼어요.

종호와 나와 3총사로 같이 다니던 상준이는

비가 부슬부슬 오는 날 분명히 종호를 보았으며

종호의 목소리를 들었던 것이예요.

 

종호가 죽은지 두어달 지난 1980년 가을날이었어요.

그 날은 비가 하루종일 청승맞게 내렸죠.

 

상준이는 이모와 사촌형 들과 영화를 보고 저녁먹고

집으로 오다가 바로 그 개울 옆을 지나는데

갑자기 상준이가 멍한 표정을 짓더니

친구가 개울물 속에서 부른다며 개울로 가더래요.

 

상준이 이모와 사촌 형들은 깜짝 놀래 상준이를 붙잡았는데

초등학교 6 학년인 상준이의 힘이 얼마나 센지

확 뿌리치니까 전부 나가 떨어졌더래요.

그리고 첨벙첨벙 물 속으로 상준이가 들어갔어요.

물론 물은 가슴 정도밖에 안되는 깊이라서

상준이에게 아무 일은  없었지만

물 속에서 뭔가를 찾으려고 발버둥치는 상준이를

이모와 사총 형들이 거의 안다시피해서 끌고 왔다는 것이예요.

 

상준이네 집이 옆집이라서 상준이 엄마에게 직접 들었어요.

그리고 나도 상준이에게 물어보니

분명히 물속에서 울고 있는 종호를 보았다는 거예요.

같이 장화를 찾자고 부르더래요.

 

무서운 생각도 없고 친구를 위한 마음으로

장화를 찾으러 물에 들어갔는데  

이모가 자기를 강제로 끌고 갔다는 거예요.

죽은 종호를 보았는데도 무섭지도 안더래요.

 

그리고는 비가 오는 날이면 상준이는

나에게 종호 장화를 찾아주러 같이 개울에 가자고 했어요.

난 무서워 안 갔어요.

그 때마다 상준이는 날 비겁자라며 삼총사에서 날 뺀다고 했어요.

 

자연히 상준이와 나는 멀어졌어요.

상준이네 엄마는 우리 엄마에게 하소연을 했어요.

비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상준이는 그 개울에 가서

장화를 찾는다며 불어난 누런 흙탕 개울물 속으로 들어간다고 난리를 폈어요.

 

그리고 간혹 갑자기 종호의 장화를 뺏으려고 했던 호웅이네 집으로 가서

호웅이 죽인다고 막 난리를 폈어요.

착한 친구 종호를 죽였다고 원수를 갚아야 한다며,

복수를 해야 한다며 호웅이네 집에 갔어요.

나보고 같이 원수를 갚으러 호웅이네 집으로 가자고 할 때는

눈빛이 유난히 빛이나 무서운 느낌이 들었어요.

 

30년이 다되어가는 지금도

그 때 상준이의 강렬하고 결의에 찬 서늘한 눈빛이 생각나요.

그렇게 악질적으로 동네 아이들을 때리고 괴롭히던

호웅이는 힘없이 고개를 숙이고

피해 다니는 사람처럼 누가 볼새라

황급히 집으로 들어가던 기억이 나는군요.

결국 호웅이네는 그리 멀지는 않지만 경화동쪽으로 이사를 갔어요.

 

상준이네 엄마와 종호 엄마는 무당을 불러 푸닥거리를 했어요.

상준이가 자꾸 이상해지는 것이 죽은 종호 귀신이 씌었다고 굿을 한 것이죠.

게다가 종호 엄마도 종호가 죽은 후

꿈속에 종호가 장화를 찾아 달라며 울고 불고 하는 모습을 자주 보았대요.

그리고 종호와 상준이가 같이 장화를 찾는 모습을 자주 꿈꾸어

상준이 엄마와  종호엄마가 같이 굿을 지낸 것입니다.

 

종호가 죽은 개울가에 상준이를 앉혀놓고 무당의 춤이 계속되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상준이에게 무당이 장화를 찾아오라고 했어요.

상준이는 물 속에서 뭔가를 더듬거리더니 노란 장화를 건져올렸어요.

우린 모두 박수를 치고 좋아했어요.

상준이는 친구에게 할 일을 다 했다는 만족한 표정을 짓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어른이 된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상준이 부모님이 무당과 짜고

미리 노란 장화를 물 속에 넣어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도 간혹 상준이 부모님께

미리 장화를 넣어 둔 것이 아니냐고 물어보면 펄쩍 뛰십니다.

 

상준이가 진짜로 종호의 장화를 찾았다는 것이예요.

그래서 종호 귀신이 상준이에게서 떠나갔다는 것이예요.

상준이가 찾은 그 장화는 종호의 무덤 옆에 묻어 주었어요.

 

어쨋든 희안하게도 무당이 굿을 한 이후로

상준이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어요.

종호 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았어요.

요사이도 물어보면 자기는 종호 귀신에게 홀린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합니다.

친구를 죽인 호웅이를 죽여 원수를 갚겠다는 생각은

친구와의 우정을 생각해 자기 스스로 한 생각이래요.

 

그리고, 물에서 바위틈 사이에 단단히 끼어있던 종호의 장화를 건졌을 때

장화 속에 이끼같은 것, 벌레같은 것이 꽉 끼어있어

몇 달간 물속에 있었던 장화가 확실하다고 상준이는 말합니다.

물 속에서 노란 장화를 보았다는 친구들이 많은 것으로 보아

어쩌면 물속에 오랬동안 장화가 있었던 것은 맞는 것같은 느낌이 들기도 해요.

 

그리고, 상준이는 죽은 종호가 한 손에 노란 장화를 들고

자기를 부르던 그 비오는 가을날을 지금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요.

지금 생각해도 난 소름이 쫙 끼치는데

상준이는 그때나 지금이나 무서운 생각이 안든대요.

죽은 종호가 자기에게 보인 현상자체가 너무 신기하다고만 말할 뿐이죠.

 

상준이가 본 것이 진짜 죽은 종호의 원혼일까요.

아니면 환상을 본 것일까요.

나나 상준이도 지금까지 그것이 궁급합니다.

그래서 비오는 날  노란 장화를 보면

30여년전의 기억이 문득 문득 떠올라 기분이 유쾌하지 않습니다.

 

며칠 전 초등학교 동창회에 갔다가 정말 희안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종호가 죽은 그 개울에

봉고차가 굴러 떨어져 큰 사고가 났는대요.

봉고차 운전수는 크게 다쳤는데

그 운전수가 바로 종호의 장화를 뺏으려고 했던 박호웅이었대요.

왼쪽 발목이 거의 완전히 부러졌대요.

 

30여년전 호웅이가 종호의 장화를 잡아당길 때

분명히 종호는 내 왼쪽에 있었고

나에게서 먼 쪽 장화였으니

왼쪽 장화를 호웅이가 당긴 것이 분명합니다.

내가 바로 옆에서 보았으니 생생한 것입니다.

 

동창회에서는 오랜만에

정종호와 박호웅의 이야기로 시끌벅적 했습니다.

종호가 30여년만에 복수를 한 것일까요 ?  

여러분 절대로 남에게 한을 남기게 하지마세요.

복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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