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귀신이야기17
                                                                                                 

2007년 3월 27일

제 17 화 : 저주받은 암실

 

영수와 난 사진동아리에서 만났다.

녀석은 공대 기계공학과였다.

 

기계의 삭막함과는 달리

시골아저씨처럼 편안한 인상으로 다가온 녀석이었다.

 

영수는 기계공학과는 어울리지 않게 유난히 꽃을 좋아하였다.

봄이 오면 캠퍼스가 온통 꽃천지가 되었다.

개나리, 철쭉부터 시작해서

우아한 목련과 이름모를 들꽃들이

캠퍼스 뒷산까지 가득 채웠다.

 

영수와 나는 봄부터 여름 방학할 때까지

거의 넉달동안 꽃들을 사진에 담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는 꽃보다 저녁의 황혼을 좋아했지만

영수의 열성에 부지런히 쫓아다니다 보니 꽃사진도 참 아름다웠다.

꽃을 찍으면 영수와 나는 삼촌의 사진관으로 달려가 현상을 하였다.

삼촌은 영수와 나에게 암실을 마음대로 쓰게 배려해주셨다.

 

삼촌이 간혹 사진친구들과  사진여행을 떠나면 일주일이상

영수와 내가 번갈아 가며 사진관을 보곤했다.

 

그런데 한 달 전쯤에 한 아가씨가 사진을 가지고 왔다.

현상이 잘못되어 사진이 이상하다며 다시 뽑아달라고 하였다.

그때는 삼촌이 여행가고 없어

영수와 내가 손님들이 맡긴 사진을 현상하였다.

 

그 아가씨가 가져온 필림을 내가 현상하였던 기억이 똑똑히 난다.

틀림없이 현상액 온도를 20 도로 잘 유지했었다.

현상시간도 시계를 보면서 정확히 신경을 썼고

네가 필림이 나왔을 때 별 이상이 없었고

뽑혀나온 사진도 선명하게 잘 나왔었는데...

 

문제의 그 사진은 아가씨와 그 친구들이 왕릉 앞에서 찍은 것인데

희미하게 친구들 옆에 웬 남자가 서있는거 같았다.

 

아가씨에게 내일 다시 오라고 하고

영수와 나는 암실에 들어가 그 필림을 자세히 보았다.

네가 필림에 뭔가가 희미하게 보였다.

전등불로 자세히 보니 그냥 뿌연 연기처럼 별 것이 아니었다.

 

사진을 다시 뽑았다.

영수와 나는 다시 뽑은 사진을 보고는 너무나 놀랬다.

아가씨들 옆에 아주 옛날 삼국시대 복장을 한 사람이 서있었다.

아주 선명히 찍혀있었다.

네가 필림을 다시 보니 그냥 약간 뿌옇게 보일뿐이었다.

 

다음날 오기로 한 아가씨가 오지 않았다.

우리는 내심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삼국시대 사람이 찍힌 사진을

그 아가씨에게 보여주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였는데 사진을 찾으러 오지 않았으니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어제 영수의 비명소리에 나는 또 놀라고 말았다.

영수가 찍은 흰 목련사진이 전부 피빛 목련으로 찍혀 나온 것이었다.

 

영수와 난 분명히 학교가는 길목에

백목련이 너무나 우아하게 피어있어

사진기를 눌러대어 찍었던 백목련이

붉은 피빛에다가 일부는 노란색깔이

돌고 있었으니 영수가 비명을 지를 수밖에.

 

그러나, 우리는 단지 현상액의 농도와 온도, 시간을 잘못해서

그렇게 사진이 나왔다고 생각을 했다.

 

어제 사진여행에서 돌아온 삼촌은

한려수도와 제주도의 바닷가를 찍었다며

멋진 사진을 보여 주겠다며 우리를 들뜨게 했다.

 

그런데 삼촌은 그 사진필림들을

다 가지고 친구 사진관의 암실에서 현상하시겠다고 가셨다.

영수와 난 삼촌이 현상하는 것을 보고 현상기술을 배우려고 했는데....

 

그런데 오늘 난 아가씨와 삼촌에게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학교가 끝나고 사진관으로 가다가

사진관 건너편 버스 정거장에서 그 아가씨를 만났다.

 

아가씨가 정면에서 나를 보며 걸어오고 있어 피할 수도 없었다.

난 아가씨에게 아는 체를 했다.

아가씨는 날 보더니 먼저 말을 해왔다.

 

' 저, 그 사진 뽑으셨나요 ? '

'아  예.. 그게.. 뽑긴 뽑았는데.. 아참 왜 사진 찾으러 안 오셨어요 ?'

난 말꼬리를 돌렸다.

그 아가씨는 커피숍으로 날 데리고 갔다.

' 저 어제 병원에서 나왔어요. 거의 한달간 입원을 했었거든요.'

'아 예, 많이 아프셨어요 ? '

 

아가씨는 심장마비 증상을 보여 병원에 입원했던 것이었다.

사진이 이상하다고 다시 뽑아달라고 한 바로 그 날 밤,

아가씨는 비몽사몽간에 무서운 경험을 한 것이었다.

한밤중 곤히 자고 있는 데 찬 바람이 들어오는 느낌이 들고

인기척이 있는 것 같아 눈을 떴는데

웬 사람이 침대 머리맡에 서 있었다.

 

옷차림이 고려시대 사람처럼 옛날 복장을 하고

무표정한 얼굴로 자기를 내려다보는데

너무나 놀래 비명도 못지르고 기절해 버린 것이었다.

아침에 식구들에게 발견되어 병원에 옮겨졌다.

 

병원에서 진찰결과 아무 이상이 없고

허약해서 심장이 약해 헛 것을 보았다고

2 -3 일만 푹 쉬라고 해 집에 왔다가

그 날 밤 또  비몽사몽간

그 옛날 옷을 입은 남자가 또 나타나 또 기절.

 

그래서 병원에 거의 한달을 있었던 것이었다.

병원에 있으면서 그 남자를 어디서 본 것같아

곰곰히 생각해 보니 사진에 뿌옇게 찍힌 남자같아서

사진관에 사진을 찾아보려고 오다가 나를 만났다는 것이었다.

 

그 옛날 남자를 필림에서 지우고 사진을 뽑아주면

아무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난 아가씨에게 적당히 둘러댔다.

 

' 걱정마세요. 사진에  아무것도 없었어요.

현상액이 너무 묽게 되어 희미한 자국이 생겼던 것이예요.

내일 오시면 사진을 드릴께요.

삼촌이 사진관을 잠궈놓고 출장을 가셨거든요. '

 

사진관에 가니 삼촌이 한려수도의 멋진 사진들을 보고 계셨다.

 

난 삼촌에게 물었다.

' 삼촌, 여기서 사진을 현상하지 왜 친구 스튜디오에 갔어요.

거기는 더 고급 현상액을 써요 ? '

 

삼촌은 툭 내뱉듯이 말했다.

' 아니야, 우리 암실에서 사진을 빼면 간혹 이상한 사진이 나와서...'

' 녜, 이상한 사진이라고요 ? '

' 그래, 나도 이유는 모르겠는데 흰 색이 붉게 나오는 경우가 있어.

그리고...또 ..'

삼촌은 뭔가 이야기 할듯하다가 말았다.

 

' 삼촌, 그리고 또 뭔데요 ?'

'응, 별 것은 아닌데 옛날 할아버지 칠순때 사진 찍었잖니.

그 사진에 돌아가신 할머니가 부옇게 찍혔더라고.

희미하지만 아무리봐도 할머니가 맞더라고.

기분나빠 그 사진은 찢어 버렸지.

그리고 친구네 스튜디오에서 뽑았더니 사진이 잘 나왔어.'

 

그 이후로 중요한 사진은 꼭 친구에게 가서 뽑는다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그 사진을 찢은 그날밤 삼촌은 슬픈 표정으로 쳐다보다가

멀어져가는 할머니의 꿈을 꾼후 거의 한달을 심하게 앓았다는 거예요.

 

오늘 아가씨와 삼촌의 이야기를 들으니

며칠전 영수가 뽑은 붉은 목련 사진이 이해가 갔어요.

그리고 IMF라서 사진관도 잘 안되고 해서

사진관을 내 놓았다는 삼촌의 행동도 확실히 알 것 같았어요.

그렇게 사진을 좋아하는데 사진관을 그만 두실 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유가 어렴풋이 보이는 것같았어요.

 

그리고 지금도 똑똑히 기억이 나요.

시설이 좋은 사진관을 너무나 싼 값에

얻게 되었다고 좋아하던 삼촌의 모습이...

또 지금 막 삼촌이 저번에 하던 말이 떠올랐어요.

' 너, 암실에 너무 오래 있지 마라. 눈 다 버린다. '

'암실 작업은 영수와 항상 같이 해라.'

 

삼촌이 이 사진관에 온 이후로

갑자기 산과 바다 같은 풍경사진만 찍으러 다니기 시작한 것도 뭔가 이상해요.

그 전에는 노인들의 얼굴모습을 열심히 찍었는데...

 

삼촌이 사진관에 처음 이사오던 날 암실쪽에

풍경사진이 유난히 많이 있었던 것이 갑자기 생각났다.

 

삼촌의 취향이 확실히 변했다.

그 전 사진관 주인처럼 풍경사진을 유난히 좋아하게 변한 것이다.

 

그 전 사진관 주인에 대해서는 자세히 들은 바 없었지만

애인에게 실연당한 젊은 사람이라고 얼핏 들었던 기억이 난다.

 혹시..실연 당한 후에..혹시..혹시..

 

이런 생각을 하니 구석에 있는

암실이 갑자기 무서워지고

거기서 누군가가 날 보는 것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리고 벚꽃사진을 뽑으러 4시까지 오겠다는 영수는

벌써 7시가 넘었는데도 전화 한통도 없고...

 

갑자기 내 머리속에 벚꽃나무 아래로 추락해

기절해있는 영수의 모습이 보이고

또, 약을 먹고 자살한 어느 젊은 사진사의 엎드려있는 모습이

암실쪽에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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