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귀신이야기15
                                                                                                 

2007년 3월 19일

제 15 화 : 붉은 호수

 

참 황당한 일이었어요.

산을 타는데는 일가견을 가진 나였는데 어쩐 일인지

아까부터 그 근처만 헤매는 것이었어요.

다른 사람들에게는 말을 할 수도 없는 일이고...

 

난 회사에서 산사나이로 불리었죠.

우리나라에 있는 산은 모조리 다 가보았어요.

주말이면 어김없이 배낭을 매고 산행을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지난 주 회식자리에서 가을 등반 이야기가 나왔고

나를 대장으로 오늘 가을 등산을 나서게 되었던 것입니다.

 

부장님부터 신입사원 미쓰 리까지 14명의 우리 부서 멤버는

하나도 빠짐없이 가까운 수락산을 간 것입니다.

서울 근교의 산은 낮은 언덕같아  별 재미를 못 느꼈어요.

좀 험하고 높은 산만 다녀 보았는데 수락산에 오니 완전히 애들 장난이었어요.

그런데도 부장님은 헉헉거리시며 힘들어하시며

땀을 비오듯이 흘리시며 겨우겨우 봉우리올라

야호하며 뭔가 대단한 일을 이룬 듯한 뿌듯한 표정으로

멀리 서울 시내를 바라보는 모습이 나에게는 우습기조차 했어요.

 

사진도 찍고 재미있게 놀고

쏘주 한잔 걸치니 어느새 오후 4시가 넘었어요.

늦 가을이지만 산에서는 유난히 어둠이 빨리오므로

우리는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기는 것이예요.

아까 올라온 길로 내려온 것이 분명한데

절이 안나타나는 것이예요.

올라갈 때는 분명히 절이 있었는데....

부장님은 아까 그 길이 아닌 것같다고 얘기하는데 ....

 

산을 많이 타본 내가 착각할 리가 없어요.

분명히 올라온 길로 내려왔어요.

계곡과 특징있는 바위, 봉우리들의 배치가 올라갔을 때와 똑같은데

절이 있어야 할 곳에 절은 없고 험한 바위계곡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소주는 2잔밖에 안했으니 취했을 리는 없는데..

작은 언덕을 넘어가면 아까 본 그 계곡이 다시 펼쳐지는 것같아요.

올라갈 때는 꽤 많은 사람이 있었는데

내려가는 사람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어요.

속으로는 당황했지만 큰 소리 빵빵쳤습니다.

 

'허허, 걱정마세요, 부장님. 이 길이 맞다니까요.

산에 대해서는 도사인 저를 믿으세요.

염려 붙들어 매시래니까요.'

' 물론, 자네를 믿는데. 어제 꿈이 불길해서..'

 

왠 꿈, 부장님은 어제 무시무시한 악몽을 꾸었다고 했어요.

흰 옷을 입은 긴 머리의 여자 귀신들이 자기를 꽁꽁 묶어

산 속으로 끌고 가는데 허공에 머리들이 춤을 추면서

'이번에는 너 차례다' 하며 부장님을 향해 날아오더래요.

너무 놀라 으악하고 비명을 지르곤 꿈을 깼다는 것이예요.

 

'개 꿈, 그건 완전한 개꿈이예요'라고 부장님께 얘기하고 싶었지만

벌써 사방에서 땅거미가 짙어 오는 것이 왠지 농담할 기분이 아니더라고요.

' 부장님, 그게 다예요. '

 

두 따라오던 긴 생 머리의 귀여운 미쓰 김이 물었더니

부장님은 큰 목소리로

' 아니, 또 있어.

지금 언뜻 떠오르는데 그 머리들이 붉은 호수에서

막 날아 나오는 것같았어.

무조건 그 호수의 반대 방향으로 뛰라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어.'

부장님말에 여직원들은 기분 나쁘고 무섭다며 소리를 막 질렀어요.

 

내 옆에 거의 나란히 오던 한 대리가 갑자기 놀래며

큰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어요.

' 어, 이건 내 손수건이잖아.

아까 저 위에서 바위에 말린다고 펼쳐놓고는

깜빡 잊고 놔두고 왔는데 왜 이게 여기있지.

봐, 여기 내 이니셜 H 자가 있잖아.'

 

순간, 우리 일행은 뭔가 대단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했어요.

그 때, 농담 잘하기로 소문난 윤과장이 귀신처럼 목소리를 깔고 장난을 쳤어요.

' 손수건에 발이 달려 너희를 따라왔지 히히히..'

' 꺄악, 그만해요 무서워 죽겠어요.

아까부터 뒤에서 뭔가가 따라오는 것 같았어요.'

가장 뒤쳐저 오던 최고참 노처녀 누나인 민대리와 미쓰 홍이

소리를 지르며 일행의 중간으로 뛰어 들어 왔어요.

 

한참 내려왔는데도 우린 그 자리에 다시 온 것 같았어요.

결국 그 근처를 빙빙 돌았다는 이야긴데.

손수건이 다시 발견된 것은 그 확실한 증거이구요.

산을 많이 타 본 경험상 뭔가 일이 꼬인다는 생각은

아까부터 해왔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갑자기 원인모를 공포감이 엄습해왔습니다.

주변에서 보이지 않는 함성소리가 느낌적으로 들리는 것 같았어요.

와글거리는 소리와 아우성소리가 귀에는 들리지는 않지만 들리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어느새 어둠이 성큼 다가왔어요.

사물들의 색깔이 겨우 보일 정도였어요.

물론 오후 5시가 채 못되었기 때문에

아직은 100미터 이상까지 뚜렷하게 형체는 보였어요.

30분 안으로 어둠속으로 완전히 빠져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사람들에게 일이 꼬임을 말하고 대책을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여기서 한 5분만 쉬어요.

분위기가 화기 애매한데.. 분위기 전환 좀 합시다.'

모두들 얼굴 표정이 가벼운 공포감이 배어있었어요.

담배 한 대 피워물고 개울까로 손을 씻으며

바로 밑 발아래 보이는 개울물을 물끄러미 바라보니

건너편 산 중턱에 불타는 늦가을의 붉은 단풍들이 비쳐

넓게 고인 개울물이 핏물처럼 보였어요.

 

순간 부장님의 꿈 이야기가 생각이 났어요. 붉은 호수가...

'부장님, 발 아래 개울물이 그 꿈 속의 호수같네요.'

그러자 나머지 사람들이 모두 개울가로 와서 개울물을 내려다 보았어요.

 

아 ! 개울에 비친 다른 사람들의 얼굴들이

붉은 개울물과 조화를 이루어 목잘린 얼굴처럼 보였어요.

그 순간 차가운 계곡의 바람이 우리를 휘감는 것을

모두 다 느낄 수 있었어요.

아무도 말도 못하고 그 자리에 얼어 붙은 듯이 서 있었어요.

그리고는 일제히 개울 건너편 언덕에

흰 천이 펄럭거리는 작은 집을 볼 수 있었어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린 아래로 향해 달리기 시작했어요.

부장님은 그 육중한 몸을 비호처럼 날려

일등으로 뛰어 내려 가는 것이예요.

난 제일 뒤에서 잘 못 뛰는 여직원들을 부축하면서 내려왔어요.

한 10 여분 내려오니까 가게가 있고

거기에 먼저 내려간 사람들이 다 모여있었어요.

우린 아무일 없이 모두 다시 모였어요.

 

가게 주인 아줌마 말에 의하면 반대쪽 길로

잘못 내려왔다는 것이예요.

길이 비슷하게 생겨

조금만 잘못하면 절과 반대쪽으로 내려가게 된다는 거예요.

그런 일이 많이 있었대요.

그리고 그 작은 집은 꽃상여, 만장 깃발등을 넣어두던

상여집인데 지금은 안 쓰고 그 속에도 아무 것도 없다는 거예요.

흰 천이 펄럭거리는 것을 분명히 보았다고 하니까

가게 주인 아줌마는 순간적으로

멈칫하더니 더 이상 아무 말도 안하고

다른 일을 하는 척 관심을 돌려 버리는 것 같았어요.

 

하옇튼 우리는 굉장히 짜릿한 무섭고도 재미난 하산을 하였던 것이죠.

그런데 등산을 갔다온 지 3 일이 지난 오늘 오후에

부장님이 사장실에 올릴 기안 서류를

다시 꼼꼼히 살펴보다가 갑자기 쓰러지셨어요.

 

구급차를 불러 가까운 백병원으로 부장님은 운송되었어요.

나도 부장님의 소지품 몇가지를 챙겨

미쓰 김과 구급차를 타고 백병원으로 같이 갔어요.

 

병원에 도착하니 간호원과 의사들이 상태를 보더니

산소마스크를 씌우고 이동식 침대에 눕혀

간호원들이 병원 복도를 따라 응급실로 침대를 밀고 가는 것이예요.

난 또 부장님의 꿈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 흰 옷입은 여자들이 날 묶고 끌고 갔어'

 

연락을 받고 온 부장님 사모님에게 부장님의 소지품을 전해드렸습니다.

사모님은 우시며 다음과 같은 독백을 하셨어요.

 

' 고혈압이있는 양반이 산에서 얼마나 정신없이 뛰었는지

집에 와서까지 숨 차 하시더니 결국 이런 일을 당하다니 '

 

산에서 붉은 단풍 개울물만 안 보았어도 .....

그 때 놀래서 뛰지만 않았어도

흰 옷을 입은 간호사들에게 실려가지 않았을텐데.

부장님은 자신의 운명을 미리 꿈으로 꾼 모양입니다.

제발 수술이 잘되어 완쾌하셔야 할텐데.

인간의 운명은 우연의 연속인지 아니면 예정된 코스를 따라가는 것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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