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김 화학9


	닥터김 화학이야기9


	2003년 12월 22일 모든 화학 물질은 부작용이 있어서 심지어 물도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이 먹으면 몸이 미처 먹은 만큼을 소변으로 배설하지 못해 사람이 죽습니다. 약 삼사년 전에 제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한 여고생이 생일 파티를 집에서 하던 중 물을 너무 많이 먹어서 죽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친구 중 한 사람이 엑스타시라는 환각제를 구해서 선물로 줬답니다. 엑스타시라는 환각제는 먹으면 지치지 않고 밤새도록 춤을 출 수 있다고 잘못 알려져 있어서 이곳 청소년들에게 유행하는, 법으로 금지된, 불법 환각제인데 대표적인 부작용이 ‘뇌에서 몸이 탈수되었으니 물을 먹어야 한다.’는 잘못된 신호를 무한정 보내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여고생이 겨우 두 시간 동안 4리터짜리 물통으로 무려 다섯 통이나 마셨지요. 그 때문에 세포 안에 물이 너무 많이 들어갔고 결국은 세포가 퉁퉁 붓게 되었지요. 그런데 문제는 뇌에서 발생했습니다. 다른 조직과 달리 뇌는 단단한 두개골로 둘러싸여 있는데, 계속 부어오르다 보니 두개골에 눌려 뇌조직이 아주 심각하게 괴사하여 결국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여기서는 그런 불법 약을 (Street) Drug라고 부르고 아주 강력하게 단속합니다. 합법적인 약은 Medicine이라고 부르지요. Street Drug이 가지고 있는 큰 문제는 대부분이 마약류이고 (기회가 되면 나중에 마약-향정신성 의약품-에 대해서도 조금 맛배기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불결한 환경에서 제조된다는 점입니다. 또한, 순도가 일정하지 못하고, 불순물들에 대한 안정성 자료가 없다는 데 있습니다. 아주 소량의 불순물들이 맹독성 물질일 수도 있지요. 또 다른 문제는 불법으로 제조하기 때문에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화학 폐기물들이 정상적인 폐기 과정을 거치지 못하고 그대로 주변 환경에 방류되어 심각한 환경 오염을 일으키게 됩니다. 게다가 대부분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숲속처럼 아주 한적한 곳이나 아예 주택가 한복판 같이 단속반이 미처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도 제조를 합니다. 당연히 폐기물을 그대로 저장하고 방류하기 때문에 환경 오염 문제는 물론, 제조에 사용하는 화학 약품과 대부분의 폐기물이 아주 강력한 인화 물질이기 때문에 화재 위험마저 존재합니다. 제조와 유통 과정에서는 범죄 집단들이 관여하고 있어서 온갖 범죄의 온상이 됩니다. 여담을 하나 소개하렵니다. 의약품은 아니지만 술도 생산, 소유, 판매, 소비가 불법인 시절이 있었습니다. 20세기초 미국의 대공황 시절에 금주령이 선포되었지요. 마피아들이 불법으로 술을 만들어 유통시켜 막대한 검은 돈을 챙기던 시절에 일부 무식한 자들이 알코올을 화학적으로 만들어 물에 타서 팔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술에 들어가는 알코올이 에탄올이라는 것을 모르고 돈을 더 벌 생각에 제조 원가가 훨씬 싼 메탄올을 물에 타서 팔아먹은 마피아도 있었지요. 그 메탄올이 들어간 불법 술을 사먹은 사람들 다수가 죽거나 장님이 되는 사고가 났습니다. 때로는 에틸렌글리콜 (자동차 부동액 원료) 을 섞어서 판 사람이 있기도 했다는데 그걸 먹은 사람들은 모두 콩팥이 망가져서 죽었다고 합니다. 바로 화학　물질의 제조와 유통 과정에 대한 검증과 허가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물이나 의약품에 들어가는 화학　물질은 우리 생명과 직접 관계되므로 아주 엄격하게 해당 관청의 감독을 받아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