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김 화학이야기2
                                                                                                 

2003년 11월 12일

첫번째 이야기

첫번째 이야기는 새로운 의약품의 발견, 개발에 대한 내용으로
실제 사례를 들며 이야기를 시작할까 합니다.

20세기에 들어서
기초 생명과학 분야(Fundamental Life Science: 생물학, 생화학, 의학 등)과
기초 물리과학 분야(Fundamental Physical Science: 화학, 물리학, 수학 등) 이 비약적으로 발전합니다.

이 덕분에 이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화학 물질의  분자 구조를
여러 가지 직간접 방법으로 삼차원 구조를 규명해낼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고,
원하는 화학 물질을 선택적으로 만들 수도 있는 경지에 다다른 것입니다.

 따라서, 어떤 특정한 물질이 특정한 약효를 가지는 것으로 알려지면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하여 먼저 구조를 규명하고 어떤 방식으로
약효를 발휘하는지, 얼마나 많은 양을 투여해야 가장 약효가 뛰어난지,
부작용은 어떤지, 다른 질병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다른 의약품과는 어떤 상호 작용을 일으키는지 연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될 수 있으면 유기 합성이라는 기술을 동원하여 특정한  화합물을 만들어
새로운 의약품으로 개발하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그런 연구에 사용하는 기법을 몰랐거나 지금 수준으로 발전하지 않았던
 예전에는 어떤 방법으로 약을 개발하거나 발견했을까요?
대개 우연히 발견한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에 제목이 생각나지 않는 서부영화를 보던 중 재미있는 장면이 있었지요.
총상을 입어 쓰러진 백인을 발견한 인디언이
푸른곰팡이를 뜯어  상처에 발라주어 살아나는 장면이 있는데,
이것은 바로 천연 항생제인 페니실린을 암시하는 내용이었지요.

1928년에 알렉산더 플레밍(Alexander Fleming)이 우연히
Staphylococcus Aureus라는 박테리아를 배양하던 중
푸른곰팡이로 오염된 배양 접시에는 박테리아가 자라지 못하고
분해되며 괴사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 실험이 페니실린을 발견하는 바탕이 되었는데,
아마 그 전에도 다른 과학자들이 이 현상을 발견했으리라고 봅니다.

하지만 플레밍을 제외한 다른 과학자들은 모두 무심결에 실험 실패로 돌리고
관심을 쏟지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오직 플레밍만이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났을까?’ 궁금하게 생각한 것입니다.
바로 호기심이 과학기술자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입니다.
플레밍에게는 그 호기심이 있었고,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났을까?’하고
궁금하게 생각해서 실험을 통해 원인을 알아보려고 했던 것이지요.
만약 플레밍이 그냥 ‘또 실패했구만.’ 하고 지나쳤더라면
아마도 페니실린이 발견되지 않았거나, 다른 과학자에 의해 더 늦게 발견되어
페니실린을 발견한 사람으로 다른 과학자의 이름이 알려졌겠지요.

 페니실린이 나오기 전에는 폐렴에 걸리면 거의 다 사망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폐렴은 ‘별 것 아닌 질병’으로 치부합니다.
그냥 약 먹고 푹 쉬면 낳는 병이지요.

과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지난 연구를 돌아보면 실험에 실패하는 일이 더 많고,
또 그 실패를 통해서 배우는 것이 많았습니다.
제게 실험 실패는 매일 반복되는 일과 중에 하나입니다.
하지만 저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왜냐 하면 똑같은 실패는 다시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드시 원인을 분석하고 알아내서 성공적으로 실험을 마쳐 왔으니까요.
제게는 정말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문구가 가슴에 와 닿습니다.

다시 페니실린 이야기로 돌아와서
플레밍은 실험을 통해 결과를 재현하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했지요.
그러던 중에 플레밍의 동료인 로날드 헤어(Ronald Hare)가
재현할 수 있었습니다. 헤어는  여러 가지 실험 조건을 바꾸면서
수많은 실험을 반복하고 실패를 거듭하고 난 뒤
플레밍의 실험에 일어나기 힘든 여러 가지의 사건이 겹친 것을 발견했습니다.

보통  박테리아를 배양할 때는
배양접시를 냉장고나 배양기에 넣어서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플레밍은 우연히 배양접시를 실험대 위에 남겨놓고
칠팔월에 긴 여름휴가를 가는 실수를 했습니다.
대개 실험을 하던 중  휴가를 가게 되어 장기간 공백기가 있을 경우,
배양접시를 배양기나 냉장고에  넣어두고 가야
정확한 실험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헤어는 플레밍이 배양접시에 박테리아 세균주를 옮겨 담을 때
부주의로 주변에 있는 곰팡이 포자가  따라 들어가는 실수를 한 것으로
밝혀냈습니다.

한편, 플레밍이 여름휴가를 간 기간이 이례적으로
기온이 아주 선선했던 것을 알아냈지요..
그래서 바로 그 특정한  곰팡이가 아주 천천히 자랐고,
박테리아가 분해되며 괴사하는 조건이 조성된 것입니다.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페니실린 자체에는
박테리아를 죽이는 능력이 없습니다.
단지 박테리아가 더 증식하지 못하게 하는 일을 합니다.
그래서  박테리아가 이미 많이 자란 상황에서는 그리 큰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예를 들자면 몇 해 전에 미국 국회에 탄저균이 담긴 우편 봉투 테러가 났을 때
많은 희생자들이 시프로플록사신이라는 탄저균 특효 항생제가 있었음에도
진단이 늦어져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이미 탄저균이 몸안에 번지면 탄저균을 모두 죽이더라도
탄저균이 번식하면서 만들어놓은 부산물이 아주 맹독성 물질이어서
그것 때문에 사람이 죽고 말지요.

따라서 조기 진단으로 탄저균에 감염된 것을 밝히고,
균이 아주 많이 번식하기 전에 시프로플록사신이라는  항생제를 투여하면
탄저균 번식을 아주 초기 상태에서 막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맹독성 부산물의 양도 적기 때문에 탄저병에 희생되는 것을 막는 것이지요.
아주  적은 양의 탄저균과 맹독성 부산물은 몸의 면역체계가
천천히 시간을 두고  퇴치하고 분해할 수 있습니다.

어쨌거나 다시 플레밍의 페니실린 발견으로 돌아와서,
또 한가지 아주 우연한 사건은 플레밍의 박테리아 배양접시를
오염시킨 바로 그 곰팡이가 수많은 사촌이 되는 다른 곰팡이들 중에서
페니실린을 비교적 잘 만들어내는 종류였다는 것입니다.
다른 곰팡이들은 대부분 페니실린을 거의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게다가 더 기가막힌 우연이라고 볼까요?

플레밍의 바로 아래층 연구실에서는
곰팡이에 대한 연구를 하는 연구팀이 입주해 있었습니다.
바로 그 특정한 곰팡이 포자가 바람을 타고
아래층 연구실에서 날아 올라오지는 않았을까요?

그 뒤 플레밍은 페니실린을 생산하려는 많은 노력을 들였으나,
모두 헛일로 끝나고 1940년에 영국 옥스포드 대학의
하워드 플로리 경이 페니실린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세계 2차대전으로 연구 성과가 나치 독일군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연합국들이 일급 기밀로 분류하였기 때문에 전쟁이 끝난 뒤에나
널리 알려지게 했습니다.

플레밍이 발견한 그 곰팡이는 페니실린을 생산하는 곰팡이들 중에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낮은 축에 속했습니다.
생산성이 높은 곰팡이는 나중에 미국 일리노이주 피오리아라는 곳의
시장에 출시된 그레이프프룻(자몽)에 자생하던 곰팡이로 밝혀집니다.

페니실린의 구조는 1943년에 밝혀졌고,
아직도 여러 가지 다른 종류의 페니실린이 항생제로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Copyright ⓒ 1997 ~ 2020
CyberSchool.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