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김 화학이야기11
                                                                                                 

2003년 12월 27일

약이 몸안으로 전달되는 경로는 아주 다양합니다.
코로 흡입해서 코 점막이나 허파로 흡수되는 약,
패치 (파스) 로 붙여서 피부로 흡수되는 약이 있고,
먹는 약은 위장, 소장, 대장에서 흡수되는 약이 따로 있으며,
혀밑에서 녹여 흡수되는 약, 눈에 넣는 안약등이 있죠.
주사약은 근육주사, 정맥주사, 피부 밑으로 맞는 주사약 따위가 있습니다.  

그리고 하루에 투여하는 횟수도 다양하지요.  
하루 한 번에서 네 번(매6시간마다)인 경우가 있고,
식사와 관련이 있는 약은 식사와 함께, 식전, 식후,
그리고 같이 먹어서는 안되는 음식들도 있습니다.  
또 대부분의 항생제는 열흘간 쉬지 않고 먹어야 하는 약이고,
질병에 따라 죽을 때까지 먹어야 하는 약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약이 해당됩니다) 도 있습니다.

어떤 약은 특정 인종에 잘 듣지 않는 경우도 있고, 남자에게 잘 듣는 약,
남자에게만 있는 질병 (예컨대, 유전적으로 대머리는 남자에게만 유전되는 질병입니다.) 도 있지요.
어떤 약은 어린아이와 어른에게 완전히 다른 효능을 보이기도 합니다.
메틸페니데이트라는 약은 어른에게는 가라앉은 심리 상태를 약간 자극시켜서
흥분시키는 기능을 갖고 있어서 우울증 같은 경우에 쓰이는 반면
어린이에게는 반대로 너무 흥분된 상태를 진정시키는 정반대의 효능을 보입니다.

아무튼 이런 것을 모두 고려해서 임상실험을 실시하게 됩니다.  
임상실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신약개발 과정에서
가장 비용도 많이 들고, 또 시간도 가장 오래 걸립니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과정이 덜 중요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마치 계단을 통해 위층으로 올라가는 것처럼
일층에서 중간 과정을 생략하고 바로 꼭대기층으로 갈 수는 없는 것입니다.  
신약개발을 10층짜리 피라미드형 건물로 비유한다면
신약 후보 물질 발견 단계는 기초가 되는 일층과 이층에 해당합니다.
전임상실험은 이층과 삼층 정도이고 임상실험은 삼층이나 사층에서 팔층까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구층은 허가 단계이고 꼭대기층은 발매 단계가 되겠지요.

이런 모든 실험을 마치고 모은 방대한 자료를 의약품 허가 관청에 제출하면
관청에서 검토를 하고 독점 발매 허가를 결정합니다.  
허가를 받으면 바로 생산 판매에 들어가는 거지요.
물론 최종 발매 허가에는 그 약의 생산 과정에 대한 심사도 들어가 있습니다.  

신약 발견단계를 제외한 그 이후 단계-동물실험 단계부터 임상단계-를 거치려면
각 단계마다 약품의 생산 시설과 방법에 대한
의약품 허가 관청의 엄격한 관리 감독을 받아야 합니다.

신약개발에 십여년간 종사해온 사람으로서
내가 만든 화합물이 이런 모든 과정을 거쳐 허가를 얻어 생산,발매하여
환자에게 투여되고 질병을 치료하는 것을 보면서 얻는 그 뿌듯한 감격은
마치 어머니가 딸을 시집보낼 때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내가 개발한 의약품이 많은 사람을 치료하는데 쓰이는 것을 보면
그 어떤 말로도 나타낼 수 없는 보람과 환희를 느낍니다. 
바로 이런 맛에 공부하고 연구하는 것이죠.

다음 편에는 실질적으로 화합물을 만드는 유기합성학자로서
신약을 개발할 때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며,
그리고 우리 몸이 외부에서 들어오는 화학 물질을
어떻게 다루는지 간단하게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자, 이제 새해를 맞을 때군요.
청소년 여러분. 여러분 앞에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세상이 열려 있습니다.
도전과 모험 정신으로 나만이 아닌 다른 이웃을 위해서 살 기회가 있다면
그게 진정으로 사람이 살아가는 보람이 아닐까요?
미지의 과학 세계에 도전해 보세요.
그러면 충만한 기쁨과 보람과 행복이 따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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